타이베이 식물산책 :: THERE
AROUND, August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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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식물산책
타이베이 식물 산책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의 여행
타이베이행 버스에서
네이후 꽃시장 Neihu Flower Market
타이베이 동물원 Taipei Zoo
타이베이 식물원 Taipei Botanical Garden
임가화원 The Lin Family Mansion and Garden
나는 식물의 삶을 그린다. 식물이 꽃 피는 봄부터 열매가 지는 가을까지 그들을 쉴새 없이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 그래서 봄 부터 가을까지는 숲과 작업실을 잠시도 떠나기 힘들지만, 식물이 동면하는 겨울엔 비교적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편이다. 그리하여 봄이 오기 전,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글·사진 이소영 에디터 정혜미
이번 여행지를 선정하는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첫번째는 비행 시간이 짧아오가는데 부담이 없는 곳, 둘째는 겨우내 초록색 잎들이 그리웠던지라 2월에도 산림이 울창한 따뜻한 곳이 었으면 싶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만족하는 곳이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였다. 나의 여행 일정은 늘 같다. 그 나라의 식물원과 꽃시장, 산, 그리고 식물과 관련된 책이 있는 책 방 들르기.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마찬가지다. 십 년이 훌쩍 넘게 식물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오며 익힌 나만의 여행 요령이랄까. 어느 나라든 산에 오르면 그 나라의 자생 식물을 볼 수 있고, 꽃 시장에선 식물 문화를, 식물원에선 그 나라가 어떤 식물을 중심으로 연구해나가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에는 책방에 들러 그 나라의 자생 식물 도감을 한 권 사와서 지난 여행이 그리워질때면 도감을 들춰보는 것으로 여운을 달랜다.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내려 목적지인 타이베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인천 국제공항에서 서울까지 가는 공항버스 였는데, 경기도 외곽의 풍경처럼 도로 주변엔 작은 산맥이 연이어 펼쳐져 있었다. 산의 모양이나 느낌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기름지고 울창했다. 타이베이는 우리나라에서 가깝지만 적도 상 더 아래에 위치한 섬이기 때문에 겨울에도 따뜻하고 습하다. 타이베이에 도착한 첫날, 공항에서 본 텔레비전에서는 타이베이의 겨울이 추워졌다며 이상 기후현상이 심각하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어찌 되었든 기온과 습도가 높다는 건 식물이 살기에 좋은 곳이란 이야기이다. 같은 식물종이 땅에 뿌리를 내리더라도 국내 식물 에 비해 키도 훨씬 크고 줄기에 잎도 풍성하게 달려 진짜 제 모습을 갖출 수 밖에 없다. 햇빛도, 물도 많이 먹은 타이베이의 나무들은 줄기가 위로 쑥쑥 자라는 것도 모자라 아래로 쳐지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A. No.321 Ruei Guang Road, Taipei, Taiwan T. 886 02 2790 9729 H. tower.com.talpei 타이베이에서의 이튿날, 첫 일정은 네이후內湖에 위치한 꽃시장에 가는 것이었다. 타이베이에는 두 개의 큰 꽃시장이 있는데, 하나는 ‘네이후 꽃시장’ 이고, 다른 하나는 주말에만 열리는 ‘젠궈 휴일 꽃시장’이다. 내가 타이베이에 머무르는 동안은 평일 이었기 때문에 네이후 꽃시장만 돌아볼 수 있었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고속터미널 꽃시장처럼 새벽에 문을 열고 오전에 닫는다. 나는 카메라와 노트를 챙겨 새벽부터 부지런히 네이후로 향했다. 네이후 꽃시장은 두 동의 큰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곳은 꽃꽂이에 쓰이는 절화와 조화, 그리고 소재를 팔고, 다른 건물은 모종과 분화를 파는 곳이다. 나는 절화 꽃시장을 먼저 찾았다. 입구의 한구석에는 시장이 성황을 이룰 수 있도록 제사를 드리는 공간이 마련되어있는데, 제사상 위에는 과일 몇 개가 올려져 있고 향이 피워져 있었다. 특유의 향내와 꽃 향기가 묘하게 섞여 타이베이만의 꽃시장 냄새로 기억에 남았다. 시장의 풍경은 우리나라의 양재동 꽃시장과 비슷했다. 상점의 이름과 번호가 쓰여진 간판이 위에서 빛나고, 그 아래에선 꽃을 포장하는 상인과 꽃을 고르는 손님들의 발길이 어수선히 움직이고 있었다. 식물은 다양했다. 심비디움과 팔레놉시스와 같은 난과 식물부터 색색의 동그란 국화나 장미 등 국내에서도 볼 수 있는 식물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선 찾아 볼 수 없는 다양한 품종으로 개량한 식물도 판매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상점마다 모두 같은 식물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상점에선 수십 종의 장미만을 판매하고, 다른 상점에선 크고 작은 다양한 국화를 판매하는 등 특정 상점에서만 볼 수 있는 특정 식물 종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려면 그만큼 수요가 있기에 가능한 거겠지. 결국엔 이런 구조가 다양한 품종의 육종을 이끌어내고, 우리가 더 다양한 식물을 선택하고 장식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분화를 판매하는 다른 건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다육 식물이나 관엽 식물, 허브 식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같은 식물이어도 빨간 리본 이 달린 포장에서 대만 특유의 꽃시장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대만사람들은 대나무를 참 좋아한다. 꽃시장에서도 대나무만을 판매하는 상점이 몇 군데 있고, 식물원에도 대나무 정원이 따로 있다. 이곳에선 축하 화환의 상징으로 화려한 꽃으로 장식된 화환 대신 대나무를 통으로 묶어 빨간 리본으로 장식해 판매한다. 작은 선인장이나 관엽 식물도 인기가 많은데, 선인장 하나 하나에 품종을 국명으로 적은 이름표를 꽂아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선인장 위 쪽엔 형광등 같은 것이 빛을 내리고 있었는데, 이는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에 광합성 효과를 주기 위한 것으로 햇빛과 같은 역할을 하는 LED시스템이다. 어느 나라든 꽃시장에서 판매하는 식물은 각기 다를지언정, 꽃시장 사람들의 인상은 늘 비슷하다. 꽃을 바라보는 눈길이나 꽃을 어루만지는 손길, 꽃을 고르는 표정 같은 것들. 사실 꽃시장의 분위기는 식물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꽃시장을 지키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있다.
A. No.1, Xinguang Road, Taichung 40453, Taiwan T. 886 02 2948 2300 H. zoo.taipei 꽃시장에서 나와 타이베이 동물원으로 향했다. 타이베이 동물원은 규모나 동물의 생육환경, 연구적인 측면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바로 동물원이 보이는데, 동물원이 산 전면을 둘러싸고 있다. 산속에 동물원이 있는 건, 동물들에게 최적의 환경이다. 그들이 원래 살던 환경과 비슷하고, 평지보다 넓은 면적을 사용해 우리가 넓고 그만큼 동물들의 활동반경이 크기 때문이다. 굳이 이런저런 이론을 대입하지 않더라도, 동물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동물이 있는 곳에는 늘 식물이 있다. 이 동물원에도 몇 군데의 정원이 있는데, 동물원 초입에는 ‘Fern Garden’이란 간판이 있는 양치 정원이다. 대만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습기를 좋아하는 양치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다. 보슬비가 내려 식물의 잎에 물방울이 동동 맺혀있는 모습과 야자수 아래의 바위, 식물 이름표에 가득 쌓인 이끼, 습한 식물에서 나는 특유의 비린 냄새까지. 이 모든 풍경이 너무나도 조화로운 곳이었다.
A. No.53, Nanhai Road, Zhongzheng District, Taipei, Taiwan T. 886 02 2303 9978 H. tpbg.tfri.gov.tw 나는 타이베이로 가기 전부터 타이베이 식물원을 중심으로 일정을 짰고, 호텔도 식물원에서 가까운 곳으로 잡아 여행 중 날씨가 가장 좋은 하루를 식물원에서 보낼 작정이었다. 식물원은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정문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작은 문이 있어 다른 지역을 갈 때 이곳을 가로 지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언뜻 일반적인 도심 공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무 한 그루에 서 너개의 이름표가 달려 있을 정도로 개체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식물원이었다. 2006년부터 식물 하나하나를 관리 한 것인지, 나뭇가지에 ‘2006’으로 시작하는 철제 이름표가 걸려있었다. 식물원 내부에는 큰길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의 에코로드가 있는데, 이 에 코로드는 각각 장미, 양치식물, 겉씨식물 등을 주제로 한 화원들로 연결된다. 이들을 통과하면 동그랗고 작은 온실이 저 멀리 보이는데, 영국 큐왕립 식물원Royal Botanic Gardens, Kew의 열대온실을 축소해놓은 모양이다. 문이 잠겨있어 들어가진 못했지만, 안에는 틸란드시아와 허브식물 화분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타이베이 식물원이 우리나라 식물원과 가장 다른 점은 선인장을 포함한 다육 식물들이 온실이 아닌 밖에 자리한다는 것과 이 선인장들이 한겨울에도 꽃 피운다는 사실이다. 나홀로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자니 한국의 친구들이 생각났다. 한국에서도 바쁘단 이유로 자주 만나지 못한건 마찬가진데, 왜 이곳에 와서야 보고 싶단 생각이 간절한건지. 나는 친구들에게 선인장과 호수, 야자나무 사진을 보냈고, 그들은 눈이 내려 새하얘진 서울 풍경으로 내게 답했다.
A. No.9, Ximen Road, Banqiao District, Taipei, Taiwan T. 886 02 2965 3061 H. linfamily.ntpc.gov.tw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대만의 전통적인 조경양식을 볼 수 있는 임가화원이었다. 이곳은 임 씨 가족의 정원이다. 임유원이란 사람이 6천여 평의 부지에 꾸며놓은 정원인데, 대만 전통의 건축과 조경양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대만은 일본, 중국과 가깝고, 네덜란드의 침입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고유 문화보다는 여러 나라의 문화가 혼재되어 발전한 나라고, 조경 역시 마찬가지다. 큰 연못을 중심으로 이끼와 분재가 곳곳에 장식된 모습은 일본의 정원과 흡사하고 건축물과 조화를 이룬 정원의 전체적인 모습은 중국의 것과 비슷했다. 연못이나 호수가 중심이 되는 동양식 정원은 들판 위주의 유럽식 정원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연못 물에 비친 큰 느티나무는 시시각각 모양과 색이 변하며 빛이 나고, 연못 안에서는 해가 꾸리는 또 다른 정원이 만들어진다. 정원 속의 정원이랄까. 녹나무 아래 앉아 해질녘의 연못 속 풍경을 바라보며 ‘언젠가 이 나무에 꽃이 필 때 다시 와야지.’ 하고 생각했다.
August 2016
THERE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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