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 THERE
Orang&Orang, May 2017
글·사진 조혜수
봄이 오는 소리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아직은 쌀쌀한, 두꺼운 외투를 걸쳐야 하는 날씨. 그러나 코트 사이로 문득 스며든 봄바람이 당장 봄을 찾아 떠나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무작정 '여수'로의 여행을 감행했다. 그날로 기차표를 끊고 짐 가방을 꾸렸다. 여수를 선택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여수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멜로디 하나가 봄날의 시작을 알렸으니까.



봄의 시작은 제법 춥다.

완연한 봄을 기대하고 떠난 여행이어서일까. 여수의 첫인상은 다소 쌀쌀했다. 입고 있던 옷을 다시 한번 여미고 역을 나섰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처음 발걸음을 옮긴 곳은 '오동도'였다. 동백나무로 가득 차 있어 봄이 오면 빨간 동백꽃이 만발한 장관을 볼 수 있다는 오동도. 화려한 꽃들은 볼 수 없었지만 푸르른 햇살이 있어 그 나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여유롭게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서울에서는 마음껏 쉴 수 없었던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먼지로 뒤덮인 회색 빛 도시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인생을 보상 받는듯한 느낌이었다.
섬을 둘러보는 일 이외에는 크게 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 오동도. 그곳은 의외로 알차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었다. 산책로를 걸으며 드문드문 피어있는 동백꽃을 하나씩 찾는 재미가 있었고 음악에 맞춰 물줄기를 흔드는 음악분수 앞에 앉아 사색을 즐기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오동도를 한 바퀴 둘러본 후 여수의 명물, 케이블카를 타고 노을과 야경을 보기로 했다.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여수밤바다를 가로지르는 기분은 생각보다 짜릿했다. 해의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여수의 모습을 확인해보는 것도 여수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해질녘 돌산공원에서 저녁 바닷바람을 맞으며 거닐고 있자니 문득 머릿속에 익숙한 멜로디 하나가 떠올랐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 눈 앞의 풍경을 보며 노래를 들으니 어떻게 이런 멜로디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어느덧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드디어 여수의 밤이 찾아왔다. 여수의 밤은 돌산대교의 불이 켜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는 아름다운 빛의 장관. 돌산대교를 가장 예쁘게 찍을 수 있다는 사진 스팟에서는 이미 삼각대와 사진기를 들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그 자리에서 보지 않아도 좋으니 여수에 왔다면 돌산대교의 야경은 꼭 두눈에 담아가시기를.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예기치 못한 아름다움을 만나는 것, 그것에 바로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어둠이 여수의 하늘에 완전히 내려앉았을 때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여수밤바다의 낭만을 본격적으로 즐기기로 했다. 여수의 제일가는 특색을 들자면 해변가에 줄지어 서있는 '여수밤바다 낭만포차'가 아닐까? 포장마차와 술, 맛있는 안주와 밤바다. 이 조합은 실패하려야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밤바다를 바라보며 들이켜는 낭만 한 잔.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경험이기에 나에게 누가 낭만포차만을 위해 여수에 다시 오겠냐는 질문을 한다면 단언컨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청춘들이 낭만을 느끼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있을까? 이곳에서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말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밝아온 오늘의 아침
여수의 밤을 통해 충분한 낭만을 즐겼다면 이제 다시 활기차게 여수의 아침을 맞이할 차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벗삼아 레일바이크를 타러 향했다. 비 오는 날에 타는 레일바이크는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침의 바다는 밤의 바다와는 다른, 가슴이 확 뚫리는 듯한 시원함을 선사했다. 십분 남짓한 시간을 달리면서 잠시나마 현실에서의 답답함을 잊었다.

비 오는 풍경과 하멜 등대의 붉은 빛이 묘하게 어울렸다. 여수에 표류했던 하멜의 일대기를 정리해 놓은 전시관을 보고 나오면 그 앞에 모든 이의 시선을 빼앗는 빨간색의 하멜 등대를 볼 수 있다.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니 이곳에서 인생 사진을 한 컷 남겨도 좋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 바로 먹거리이다. 전라도의 맛은 의심할 여지 없이 언제나 옳다. 그러나 여수에 왔다면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보다는 여수에서만 보고, 듣고, 맛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터. 햄버거와 라면이라고 하면 다소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이들이 여수에서 ‘이순신버거’와 ‘돌문어라면’으로 탈바꿈하며 감칠맛을 더해주었다. 게장, 갓김치 등의 향토음식은 역시나 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어떤 이들에게 여수는 그저 다른 도시를 가기 위해 잠시 들러가는 곳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도시 곳곳에는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낭만이 가득 들어차있다. 여수는 분명 낭만 밤바다 하나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는 곳이다.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무심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것, 그것이 여수의 매력 아닐까. 다음에는 누구와 함께 여수밤바다를 바라보며 낭만 속을 걷게 될까?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곳, 그곳이 여수다.
May 2017
THEREZINE
남은 글자 수 : 400
에디터가 추천하는 THERE Activity
등록된 액티비티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