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이 모자라 :: THERE
TAKE OFF, 16th Oct 2017
Jennifer
by TAKEOFF
24시간이 모자라
다음 비행을 위한 휴식, 레이오버(Layover)

발리의 한 리조트

승무원에게 24시간의 레이오버(Layover)란,
아침에 빠르게 마시는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와 같다. 메뉴에 쓰인 커피 종류를 하나하나 설명을 읽어가며 고를 여유 따위는 없는 것이다. 가장 강하게, 카페인을 급속 충전시켜주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듯, ‘빠르다’라는 의미에 맞게 24시간의 레이오버에서도 나는 쉬지 않고 발길을 재촉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레이오버는 5시간 이상의 장거리를 비행하고 나서 주어지는, 다음 비행을 위한 휴식시간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 24시간을 쉬었다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다. 랜딩을 하자마자 우리의 24시간 타이머는 재깍재깍 돌아가기 시작한다. 손님들과 헤어짐의 인사를 나눈 뒤, 간단히 기내를 정리하고 공항 수속을 밟아 나가는 시간은 적어도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짧게는 공항에 있는 15분 내외의 호텔부터 시내 중심에 위치한 1시간 거리의 호텔까지 버스를 타고 함께 이동한다. 이제 우리에게 20시간 남짓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도착한 시간이 이미 깊은 밤이라면 강제 취침이라도 하듯 잠을 자야하겠지만, 아침이라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어코 밖으로 향한다. 비행 전에 잠시 쉬고 갈 것을 생각하면 남은 시간은 14시간 정도. 보통 유럽에서는 오전 11시부터 박물관, 미술관, 식당 등이 열기 시작하며 5시 전후에 문을 닫는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내가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은 5-7시간 정도가 된다. 사실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이기에 여행자로서 도시를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짧고 굵게 만끽해야 한다. 때로는 시간에 의한 강박관념 때문에 겉으로 훑는 단체 관광 같은 맛보기 관광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가 누구던가. 레이오버를 알차게 보내는 데 익숙한 승무원들은 저마다 노하우 하나씩 쯤은 가지고 있다. 나는 주로 비행지에 따라 여행 컨셉을 정하는 편이다.

1. 자연을 만끽하는 여행

펭귄을 볼 수 있는 케이프타운의 볼더스 비치

스위스 제네바의 레만 호수

사막이 있는 여름 나라에 사는 나로서는 신선한 공기, 푸릇푸릇한 나무들과 꽃들이 어우러진 곳을 정처 없이 걷는 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일이 되었다. 걷기 좋은 나라로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뉴욕의 센트럴파크Central park, 시애틀의 케리파크Kerry park, 스위스, 오스트리아, 프랑스의 스위스 근접 시골도시-안시Anncy, 리옹Lyon,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Cape town.

2. ‘먹는 게 남는 것’ 먹방 여행

스페인의 츄러스 가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만의 딤섬, 프랑스 리옹의 개구리 다리요리, 싱가포르의 시리얼 새우, 스페인의 먹물 빠에야

세상에 먹을 것은 많고 맛있는 것은 더더욱 많다. 도착하는 순간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이성 따윈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비행지. 먹고 먹고, 또 먹는다. 대표적인 먹방 비행지로는 대만, 홍콩, 일본, 싱가포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이러니 승무원들이 만성 위염에 안 걸릴 수가 없다.

3. 사지 않고는 못 버티는 지갑 탈탈 쇼핑 여행

라스베가스의 아웃렛몰

쇼핑하면 역시 쇼핑천국 미국이 단연 일등 비행지. 미국의 아울렛에 입성하는 순간 한국인 애정 브랜드 코치가 7-10만원에 거래되고, 아메리칸 어페럴American apperal, 홀리스터Hollister, 아베크롬비앤피치Abercrombie&Fitch가 H&M 가격에 팔리고 있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덧붙여 건강보조식품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쇼핑 도시로는 독일과 호주 그리고 명품 브랜드 백의 반값 행진을 경험하게 될 이탈리아, 프랑스도 강력 추천한다. 미국, 독일,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외에도 식료품이 싸고 질 좋은 러시아, 신발이 저렴하고 예쁜 체코 등은 늘 레이오버에서 받는 돈으로는 부족해서 카드를 꺼내게 되는 나라들이다.

4. 이야기가 있는 여행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체코 프라하의 구시가지 광장

유럽 대부분의 도시들은 아주 기나긴 역사를 자랑한다. 그만큼 유명한 예술가들도, 그 뒤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다. 유럽 도시에서는 ‘현지 가이드’를 검색해 가이드가 들려주는 스토리를 따라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멋지게 보이기만 하던 오래된 건물에 경이로움과 그 나라의 정신이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될 테니까. 게다가 요즘은 각종 여행사에서 여행사 홍보 목적으로 반나절 혹은 하루 동안 가이드를 해주고, 여행객은 주고 싶은 만큼의 팁을 주고 감사를 표하는 ‘팁투어’ 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저렴한 가격에 자신의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에서 참여가 가능하다. 추천 도시로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가우디투어, 로마의 바티칸 혹은 야경투어, 체코의 팁 투어, 러시아 시내+박물관 투어, 파리의 박물관 투어.

5. 호텔을 차마 떠날 수 없는 칠렉스 CHILLEX 여행

발리의 리조트 수영장에서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같이 위험지역이라는 이유로 강제 휴식이 취해지는 여행지도 있지만 호텔 자체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워 떠나고 싶지 않는 여행지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발리, 푸켓, 몰디브, 셰이셀, 모리셔스. 호텔 앞에 펼쳐지는 바다경치 만으로도 행복지수가 차오르는 여행지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방글라데시 다카, 스리랑카 콜롬보,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경우엔 호화로운 느낌의 오션뷰는 없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받는 마사지 덕분에 '이불...아니 호텔 밖은 위험해’를 몸소 체험하게 된다.


16th Oct 2017
THERE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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